이제 계절이 계절인 만큼 관련 이야기를 하나 슬슬 꺼내볼까 합니다.
단, 무섭지는 않아요.
저에게는 군 복무를 하는 중간까지 계속 제 앞에 나타났던 한 신비한 소녀가 있었습니다. 그 소녀는 눈 같이 하얀 반 소매 드레스를 입고 우단같이 검고 긴 머리와 백옥같이 흰 피부를 갖고 있습니다. 그리고 하얀색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, 목에는 은색의 십자 펜던트가 있습니다.
소녀가 처음 나타난 것은 8년 전, 고 2 때의 일이었습니다. 저는 꿈 속에서 끝이 없는 평원을 헤매었고, 얼마나 지났을까 눈 앞에 예의 소녀가 나타났습니다. 12세 정도 되는 작은 몸집에 소매에서 뻗어 나온 팔과 드레스 밑자락으로 곧게 뻗은 다리는 부러질 듯 가늘었고, 얼굴 형태는 예쁜 편이었지만 챙이 넓은 모자 때문에 소녀의 표정을 자세하게 볼 수는 없었죠. 저는 길을 물어보기 위해 소녀에게 다가가려 했습니다. 하지만 아무리 걸어도, 아무리 뛰어도 소녀와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고, 저는 점점 지쳐갔습니다. 그렇게 지쳐서 쓰러지려 했을 때 저는 잠에서 깨었습니다. 그리고, 그렇게 홀연히 나타났던 소녀에 대한 기억은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잊게 되었습니다.
그렇게 몇 달이 지났을까, 3학년에 올라가기 직전에 다시 꿈에 소녀가 나타났고 소녀는 이번에는 평원에 있지 않았습니다. 꿈의 배경은 제가 어릴 적 자주 가던 큰 이모님의 동네였고, 사촌들 중 제일 좋아했던 사촌 누나를 찾기 위해서 동네를 돌아다니던 중에 한 골목에서 소녀와 마주쳤습니다. 소녀의 모습은 변한 것이 없었고, 말이 없이 조용한 것도 뭔가 신비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것도 그대로였습니다. 그리고 저는 여전히 소녀에게 다가갈 수 없었고, 말을 걸 수도 없었습니다.
그리고 군대에 입대한 2003년 2월까지 소녀는 몇 번인가 더 꿈에 나타났고, 그럴 때 마다 저는 소녀에게 말을 걸어보려 했지만, 목소리가 나오지 않거나 목소리가 나오게 되면 소녀가 홀연히 사라지고 잠에서 깨거나 하여 결국은 소녀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.
그렇게 군에 입대했고 DMZ에서 심리전병으로 근무하며 약 1년 동안, 소녀는 제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. 취미와 전공이 같은 선-후임병과 적성에 맞는 보직으로 인해 저는 군 생활을 즐기고 있었고, DMZ의 여러 괴담과 겹쳐 소녀의 모습은 그렇게 제게서 잊혀져 갔습니다.
......그리고 상병 휴가를 나오게 된 7월의 어느 날.
아는 사람을 만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서 저는 소녀와 만났습니다.
저기 골목 모퉁이에서, 마치 처음부터 그 곳에 있었다는 듯 소녀는 그 곳에 서 있었습니다.
눈과 같이 흰 드레스.
우단같이 검고 긴 머리.
백옥처럼 흰 피부.
하얀 빛 눈부신 챙 넓은 모자는 소녀의 얼굴을 가렸고,
반소매에서 뻗어나온 팔과 드레스 밑자락으로 곧게 뻗은 다리는 여전히 부러질 거 같았습니다.
그리고 목에 걸린 은빛 십자가는 그런 소녀를 지키려는 듯 빛났습니다.
분명히 밤중일텐데, 분명히 가로등 불빛은 닿지 않는 곳인데도.
소녀는 눈부시게 빛났습니다. 하지만 소녀의 빛은 주변을 밝히지 못했습니다.
소녀가 다시 멀어질 것이라는 불안을 안고, 소녀에게 다가갔습니다.
하지만 소녀는, 꿈 속에서와 같이 멀어지지 않았습니다.
소녀가 있는 곳 바로 앞까지 간 저는, 소녀에게 물었습니다.
그 동안 그렇게도 물어보고 싶었던 말, 하지만 전하지 못했던 말.
"너는... 왜 내 앞에 나타나는 거니?"
하지만, 소녀는 대답이 없었습니다. 한참동안 이어지는 침묵.
긴 챙에 가려진 소녀의 얼굴이 보일듯 하면서 보이지 않았습니다.
그리고, 소녀는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뒤돌아 떠났습니다.
뒤로 돌 때 잠깐 보였던 소녀의 표정. 비록 입모양밖에 볼 수 없었지만,
소녀는 장난스럽게 미소짓고 있었습니다.
그리고, 이제 소녀는 제게 찾아오지 않습니다.
소녀는 역시 유령이었을까요?
그리고 어쩌면 소녀가 꿈 속이 아닌,
현실 속의 환상으로 제게 찾아왔던 건 작별인사를 하기 위함일지도 모르겠습니다.
- 終 -
단, 무섭지는 않아요.
저에게는 군 복무를 하는 중간까지 계속 제 앞에 나타났던 한 신비한 소녀가 있었습니다. 그 소녀는 눈 같이 하얀 반 소매 드레스를 입고 우단같이 검고 긴 머리와 백옥같이 흰 피부를 갖고 있습니다. 그리고 하얀색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, 목에는 은색의 십자 펜던트가 있습니다.
소녀가 처음 나타난 것은 8년 전, 고 2 때의 일이었습니다. 저는 꿈 속에서 끝이 없는 평원을 헤매었고, 얼마나 지났을까 눈 앞에 예의 소녀가 나타났습니다. 12세 정도 되는 작은 몸집에 소매에서 뻗어 나온 팔과 드레스 밑자락으로 곧게 뻗은 다리는 부러질 듯 가늘었고, 얼굴 형태는 예쁜 편이었지만 챙이 넓은 모자 때문에 소녀의 표정을 자세하게 볼 수는 없었죠. 저는 길을 물어보기 위해 소녀에게 다가가려 했습니다. 하지만 아무리 걸어도, 아무리 뛰어도 소녀와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고, 저는 점점 지쳐갔습니다. 그렇게 지쳐서 쓰러지려 했을 때 저는 잠에서 깨었습니다. 그리고, 그렇게 홀연히 나타났던 소녀에 대한 기억은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잊게 되었습니다.
그렇게 몇 달이 지났을까, 3학년에 올라가기 직전에 다시 꿈에 소녀가 나타났고 소녀는 이번에는 평원에 있지 않았습니다. 꿈의 배경은 제가 어릴 적 자주 가던 큰 이모님의 동네였고, 사촌들 중 제일 좋아했던 사촌 누나를 찾기 위해서 동네를 돌아다니던 중에 한 골목에서 소녀와 마주쳤습니다. 소녀의 모습은 변한 것이 없었고, 말이 없이 조용한 것도 뭔가 신비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것도 그대로였습니다. 그리고 저는 여전히 소녀에게 다가갈 수 없었고, 말을 걸 수도 없었습니다.
그리고 군대에 입대한 2003년 2월까지 소녀는 몇 번인가 더 꿈에 나타났고, 그럴 때 마다 저는 소녀에게 말을 걸어보려 했지만, 목소리가 나오지 않거나 목소리가 나오게 되면 소녀가 홀연히 사라지고 잠에서 깨거나 하여 결국은 소녀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.
그렇게 군에 입대했고 DMZ에서 심리전병으로 근무하며 약 1년 동안, 소녀는 제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. 취미와 전공이 같은 선-후임병과 적성에 맞는 보직으로 인해 저는 군 생활을 즐기고 있었고, DMZ의 여러 괴담과 겹쳐 소녀의 모습은 그렇게 제게서 잊혀져 갔습니다.
......그리고 상병 휴가를 나오게 된 7월의 어느 날.
아는 사람을 만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서 저는 소녀와 만났습니다.
저기 골목 모퉁이에서, 마치 처음부터 그 곳에 있었다는 듯 소녀는 그 곳에 서 있었습니다.
눈과 같이 흰 드레스.
우단같이 검고 긴 머리.
백옥처럼 흰 피부.
하얀 빛 눈부신 챙 넓은 모자는 소녀의 얼굴을 가렸고,
반소매에서 뻗어나온 팔과 드레스 밑자락으로 곧게 뻗은 다리는 여전히 부러질 거 같았습니다.
그리고 목에 걸린 은빛 십자가는 그런 소녀를 지키려는 듯 빛났습니다.
분명히 밤중일텐데, 분명히 가로등 불빛은 닿지 않는 곳인데도.
소녀는 눈부시게 빛났습니다. 하지만 소녀의 빛은 주변을 밝히지 못했습니다.
소녀가 다시 멀어질 것이라는 불안을 안고, 소녀에게 다가갔습니다.
하지만 소녀는, 꿈 속에서와 같이 멀어지지 않았습니다.
소녀가 있는 곳 바로 앞까지 간 저는, 소녀에게 물었습니다.
그 동안 그렇게도 물어보고 싶었던 말, 하지만 전하지 못했던 말.
"너는... 왜 내 앞에 나타나는 거니?"
하지만, 소녀는 대답이 없었습니다. 한참동안 이어지는 침묵.
긴 챙에 가려진 소녀의 얼굴이 보일듯 하면서 보이지 않았습니다.
그리고, 소녀는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뒤돌아 떠났습니다.
뒤로 돌 때 잠깐 보였던 소녀의 표정. 비록 입모양밖에 볼 수 없었지만,
소녀는 장난스럽게 미소짓고 있었습니다.
그리고, 이제 소녀는 제게 찾아오지 않습니다.
소녀는 역시 유령이었을까요?
그리고 어쩌면 소녀가 꿈 속이 아닌,
현실 속의 환상으로 제게 찾아왔던 건 작별인사를 하기 위함일지도 모르겠습니다.
- 終 -




Schreiben Sie Ihre Begrüßungen hier.
샤나스 2007/05/14 23:03 Änderung/Löschung Antwort Adresse
........이런 뼈속까지 로리콘 같으니라구.....
......아니라, 소녀는 피터팬이 아니었을까요. 늙은이는 안녕~☆(....)
(ㅈㅅ)
윤소정 2007/05/14 23:59 Änderung/Löschung Adresse
...누가 골수로리콘이셈(...)
...하지만, 소녀는 피터팬이 아니었을까요라니.
내 꿈에 여장한 피터팬따위 나올소냐!! (...)
...자폭인가요?
Nyangkun 2007/05/14 23:26 Änderung/Löschung Antwort Adresse
신비롭군요.
...샤나스님 말씀대로 이려나요?[전혀 틀리다..]
윤소정 2007/05/15 00:01 Änderung/Löschung Adresse
샤나스님 말씀 중 골수 로리콘이라는 표현은
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으로서 블로그 주인장에 전혀 해당하지 않는 단어이며... <-
...신비하려나요 :)
그냥 그럴 철이라서 대충 쓴 글인데
어느 새 올블로그 실시간 인기글에도 올라갔었더군요 -_-...
루시온 2007/05/23 16:36 Änderung/Löschung Antwort Adresse
와하하하하하!!
역시 광속의 로리콘 WRYYYYY!!체씨...
귀신을 봐도 소녀귀신을 보다니..[수근]
...랄까 저건 호러물이라기 보다는 순애물[?!]
림하 혹시 어릴 적 헤어져서 가사 상태가 된 오사나나지미가 있다거나.[어이]
윤소정 2007/05/23 20:27 Änderung/Löschung Adresse
쓰실 때 마다 Y자의 수가 달라집니다!?
그나저나 로리콘은 아닙니다요 :D <-
그리고 어릴 적 헤어진 소꿉친구는 있지만 가사상태인 아유아유같은 소꿉친구는 없습니다(...)